[한국경제] 한국통합민원센터 "깜빡한 국제운전면허증 대신 발급…유럽까지 이틀 만에 배송" 2019-07-10  |  조회 : 336

이렇게 도전했다 
(15) 혁신은 거창한 게 아니다

'배달의민원' 브랜드로 
민원 대행시장 장악한 한국통합민원센터


해외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분실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몇 년 전까지는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재발급을 부탁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인이 해외에서 우편 등을 통해 받은 신분증과 위임장을 들고 경찰서 또는 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해야 새 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를 다시 해외로 보내는 것까지 감안하면 빨리 처리해도 1주일 이상이 필요했다. 급하게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하거나 한국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귀국 비행기를 타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던 배경이다.

이영우 한국통합민원센터 대표가 ‘배달의민원’ 서비스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사진설명: 이영우 한국통합민원센터 대표가 ‘배달의민원’ 서비스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관공서에서도 배달의 민원 추천”

2015년 한국통합민원센터가 설립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클릭 몇 번을 하면 내가 머물고 있는 호텔로 새 국제운전면허증이 배달된다. 특송업체를 통한 빠른 배송을 요청하면 신청 후 이틀 만에 서류를 받아볼 수 있다.

공공기관의 이름으로 착각하기 쉬운 한국통합민원센터의 정체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코리아닷컴의 검색 프로그램 아웃소싱 업체 온오프코리아를 이끌었던 이영우 대표가 2015년 이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법인명보다 ‘배달의민원’이란 브랜드로 더 유명하다. 다양한 ‘민원’ 서류를 세계에 ‘배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대표는 “온오프코리아를 나와 경영혁신협회에 다니면서 창업 준비를 했다”며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이 없을까를 고민하다 민원 서류를 대신 떼주는 업체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통합민원센터의 위력은 해외 관공서에 서류를 제출할 일이 생겼을 때 드러난다. 정석대로 업무를 처리하려면 국내 관공서에서 한글로 된 서류를 발급받은 뒤 이를 번역해 해당 국가 대사관의 인증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에 머물러도 며칠을 꼬박 서류 작업에 매달려야 효력을 발휘하는 서류를 얻을 수 있다.

 
한국통합민원센터 "깜빡한 국제운전면허증 대신 발급…유럽까지 이틀 만에 배송"

배달의민원을 통하면 이 과정 전체를 건너뛸 수 있다. 국적증명서, 재직증명서, 잔고증명서, 졸업증명서 등 대다수의 서류를 세계 주요국 언어로 번역한 뒤 인증까지 받아 소비자가 머물고 있는 장소로 보내준다. 비용은 서류에 따라 제각각이다. 인지값과 번역 실비, 배송비 등을 제외하고 5만~15만원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시간 낭비에 따른 기회비용, 교통비용 등을 감안하면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대표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제3자에게 민원서류 발급을 위임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용해 대행업을 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관공서 실무자가 배달의민원을 추천할 만큼 입소문이 퍼진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가장 수요가 많은 민원 서류는 부모여행동의서다. 미성년자가 부모 중 한 명 혹은 지인과 함께 해외로 출국할 때 필요하다. 지난해 이 서류가 없어 미국 공항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사례가 6000건에 이른다.

기업 고객은 주로 등기부등본을 요청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기업들이 고객사다. 이들은 재개발 사업에 앞서 등기부등본을 떼 엑셀이나 PDF 파일 형식으로 정리해줄 것을 요청한다.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1만 건이 넘는 서류를 한꺼번에 뗄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다 보니 한국통합민원센터로 일이 몰린다는 설명이다.


금명간 ‘시리즈 A’ 투자자 모집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독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사관 뒷골목 서류 번역집들의 서비스에 정보기술(IT) 플랫폼을 얹은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1000년 전에도 중고책을 파는 가게가 있었지만 이게 기업 비즈니스가 된 것은 알라딘이 등장하면서부터”라며 “스타트업에 필요한 혁신이 꼭 거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들은 일찍부터 외부 투자를 받는다. 상당 기간 매출이 나오지 않고 이익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통합민원센터는 그런 점에서 다른 스타트업과 구분된다. 창업 5년차임에도 ‘시리즈 A(첫 대규모 외부 투자)’를 거치지 않았다. 매년 두 배씩 매출이 늘었기 때문에 외부 투자 없이도 사세를 확장할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창업 이듬해인 2016년 5억원, 2017년 10억원, 지난해엔 20억원의 매출을 냈다. 올해 예상 매출은 40억원이다.

이 대표는 “세계 각국에 지사를 세우는 등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곧 5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19070925211